미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조카의 아들을 두고 “그냥 죽게 놔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언론들은 “과거 트럼프는 수차례 부상당한 참전 용사와 전사자들을 ‘패자(loser)’, ‘멍청이(suckers)’라고 비하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며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그의 냉담한 발언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24일 트럼프의 조카 프레드 트럼프 3세는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셋째 아들의 의료 비용 지원 문제를 두고 삼촌 도널드(트럼프)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트럼프가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며 “그의 발언은 끔찍했다(appaling)”고 밝혔다. 프레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고(故)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의 아들이다. 프레드 주니어는 평생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 1981년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앞서 프레드의 여동생 메리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재산 분할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었다. 그러나 그는 메리의 ‘트럼프 공격’에 거리를 둬왔다.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에 대해 비판한 적도 없다. 메리 트럼프가 그해 ‘너무 과한데도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트럼프의 치부를 공개했을 때도 프레드는 “이 책에 개입하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프레드는 이날 기고글에서 장애 아들을 키우는 자신에게 재임 중이었던 트럼프가 수차례 “죽게 둬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1999년 태어난 프레드의 셋째 아들 윌리엄은 출생 직후 발작 장애 일종인 ‘영아 경련 진단’을 받았다. 병명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아들을 키워내야 했다. 뇌성마비를 앓으면서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윌리엄이 15세가 된 뒤에야 아들의 장애가 ‘칼륨 패널 결손’이라는 유전 결함에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간 프레드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일가 가족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었다. 트럼프 재임 당시 프레드는 중증 장애인 지원 제도 확충을 위해 트럼프와 백악관에서 45분간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프레드는 기고에서 “회의 때 삼촌은 중증 장애인 및 가족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며 “삼촌은 비서실장 등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회의가 끝나고 삼촌은 나에게 ‘그런 사람들은 그냥 죽게 놔두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프레드에게 “(아들이) 너를 알아보지도 못하지 않느냐”며 “(아들은) 그냥 죽게 놔두고 (내 별장 마러라고가 있는) 플로리다로 내려가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프레드는 이달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트럼프 일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The Trumps and How We Got This Way)’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회고록엔 트럼프가 과거 흑인들을 비하하는 욕설인 ‘N워드’를 수차례 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불과 며칠전 공화당 전당대회에 트럼프 일가족이 충출동해 트럼프를 ‘매우 배려심 많고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이자 가장으로 그렸었다”며 “이와 대조되는 싸늘한 태도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트럼프는 연설 때 흐뭇한 표정으로 장남 도널드 주니어 부부와 딸 이방카, 막내 배런 등 10명의 자녀 및 손자, 손녀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