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정에서 "삼성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지난(17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14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4년 2개월 만입니다.
이 회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10분 동안 최후진술을 하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이 회장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자책도 들고 때로는 답답함도 느꼈다"면서 "대한민국 1등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검사님들이 주장하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걸 늘 가슴에 새긴다"면서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삼성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함께 재판을 받은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면서,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습니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이번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실질적인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해선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 장충기 전 차장에 대해선 징역 3년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훼손한 건 경제 정의다"면서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이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이 쌓아온 자본시장과 회계 신뢰를 무참히 훼손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면서 "법원이 최후의 보루로서 살아있는 경제권력의 불법을 바로잡아 달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사업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했고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합병이었다"면서 "검찰의 주장이 진실과 다르다는 게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며 재판부에 엄정한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를 동원해 모직의 주가를 띄우고 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 원 넘게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습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6일 이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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